세밑 한파가 몹시도 사납다.
날씨만 꽁꽁 언 것이 아니라 모든 만물(萬物)이 추위 속에 갇혀서 숨을 죽이며 쉬고 있다. 그렇지만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듯이, 또 새해는 오고 말 것이다, 찬란한 희망을 안고서 말이다.

다가오는 내년 2012년은 임진(壬辰)년의 해이다. 임(壬)은 오행으로는 차가운 물에 속하는데 이 물의 색깔은 밤의 색인 어두운 흑(黑)색이다. 그리고 진(辰)년 변화무쌍한 용(龍)이다. 그래서 「내년은 검은 용 즉 흑룡(黑龍)의 해」라 부른다. 진주 중에서도 흑진주가 제일 품격이 높듯이 용 중에서도 흑룡이 제일 높은 품격의 용이다. 왜적의 침입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임진왜란(壬辰倭亂)이 있었던 해가 또 1592년 임진(壬辰)년이었다. 60년의 한 갑자가 7번이나 지난 420년 이후의 임진년이 내년 2012년이다. 내년에도 큰 변수가 없지는 않을 듯 싶다.

내년 임진(壬辰)년에는 20년만에 국회의원 「총선」과 또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함께 있는 해이다. 그러니까 두 차례의 큰 선거가 있다. 그리고 김정일의 사망으로 북한은 권력문제도 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날 수 있다. 420년 전의 임진년이 그러했듯 내년 2012년은 정말로 용(龍)과 같이 변화무쌍하고 또 예기치 못한 일들이 많을 것임에 틀림없다. 정신 바싹 차리고 새 해를 맞아야 한다.

그러면 내년 새해는 과연 언제부터 시작일까?

지난번 ‘문화칼럼’에서 동지(冬至)의 의미를 설명했었다. <→지난메일보기>
동지는 어두운 밤의 음(陰)이 극(剋)에 달했다가 점점 낮이 길어지는 즉 양(陽)이 생겨나는 시점이다. 그래서 옛부터 동지를 지나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하였다. 주역(周易)에서는 이 동지를 한해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즉 하늘의 운행으로 보면 이 동지가 바로 한해의 출발이다.

하늘은 시작도 끝도 없이 빙빙 도는 일련의 운행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하늘을 둥근 원모양인 ○으로 비유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이 땅 지구는 하늘의 운행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이 생겨 하늘과 같이 둥글지 않고 모가 난 □모양이 된 것이다. 그래서 하늘은 둥근 원(圓)이고 땅은 네모난 방(方)의 모양이기에 우리 조상의 천문관은 천원지방(天圓地方)이었다. 즉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땅은 하늘과 같이 둥근 원(圓)이 아니기에 모가 나고 또 시작과 끝이 있다. 이 시작을 우리는 한해의 출발로 여긴다. 그런데 이 출발점은 시대에 따라 각각 달랐다. 자축인묘(子丑寅卯)의 지지(地支)에서 쥐를 뜻하는 자(子)가 제일 처음인데 이 자(子)는 음력11월을 말한다. 지금은 이 자(子)가 한 해의 11번째 달이지만, 고대에는 하늘이 열리는 때라고 하여 이 자월(子月)을 첫 출발로 여겼던 적도 있었다(주周나라). 그리고 땅이 열린다는 음력 12월의 축월(丑月)을 또 한 해의 출발로 여기기도 했으며(은殷나라), 만물이 생동하는 인월(寅月)을 한해의 출발로 여기기도 했다(하夏나라).

공자 시대 이후로는 만물이 생동하는 이른봄의 음력 1월인 인월(寅月)을 한해의 출발로 여겨 오늘까지 변함없이 이어져오고 있다. 그러니까 오늘날 우리는 새해라고 하면 음력 1월 1일 설날을 지나야 한다. 음력 1월 1일이 한해의 출발인 셈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활용하는 음력(陰曆)은 달을 중심으로 한 달력으로 태양을 중심으로 한 양력과는 늘 오차가 생긴다. 음력의 한 달은 작은 달이 29일이고 큰 달은 30일로서 양력의 작은 달 30일, 큰 달 31일과 늘 차이가 생겨서 이 음력만으로는 정확한 때를 알기 어려워 음력에 양력을 적용한 것이 바로 절기(節氣)이다. 그러니까 이 「절기는 음력을 사용하는 고대인들에게 있어 농사에 필요한 때를 가장 잘 나타내는 달력」이었던 셈이다.

절기는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공전을 하는 주기를 24등분하여 각각의 기준점에 해당하는 날짜를 24절기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태양과 지구의 관계를 가장 정확하게 나타낸 지표이다. 당연히 날씨가 정확하고 또 농사에 가장 적합했다. 그래서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에 접어드는 제일 처음의 절기인 입춘(立春)을 늘 한 해의 출발로 여겼는데, 이 입춘이 되면 입춘대길(立春大吉)이란 입춘첩을 대문에 붙여 한 해의 풍요로움과 무사안녕 그리고 복을 기원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상에서는 음력의 설과 함께 또 이 입춘(立春)을 한해의 출발로 여겨 새로운 마음을 다짐하곤 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의 양력(陽曆)은 수많은 변천과정을 겪어 1582년 2월 24일 교황의 칙서발표 이후 전세계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의 달력인 양력을 당시 교황 그레고리 13세의 이름을 따서 그레고리력(Gregorian calendar)이라고도 한다.

우리는 여러 분야에서 각각 한 해의 출발점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우리 민중의 여러 행사와 세시풍속 등에서는 음력(陰曆)을 기준으로 하기에 설날이 한해의 시작이며, 인간(人間)의 삶을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연과 유기적으로 관계하는 동일체로 여기기에 사람의 길흉화복을 예견하는 사주학에서는 또 봄의 시작인 입춘(立春)을 한해의 시작으로 정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나이를 말하거나 띠를 서로 물어보고 이야기할 때에는 음력(陰曆)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그러니까 태어난 생일이 양력으로 새 해가 되었더라도 아직 음력이 새해가 되지 않았다면 음력의 나이와 띠가 기준이라는 이야기다.

다가오는 내년 음력 1월 1일의 설날은 1월 23일이다. 그러니까 설날 하루 전인 1월 22일에 태어난 아이가 있다면 아직 올해 2011년 신묘(辛卯)년의 토끼띠에 해당하며, 하루만 지나면 또 한 살을 더 먹어 바로 하루만에 두 살이 된다. 나이 먹기 참 쉽다.

설레는 마음으로 2012년 새해, 용(龍)을 맞자!
하늘로 승천하는 용(龍)은 늘 비바람을 몰고 오기도 하니, 내년 2012년에는 여러 분야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 용트림으로 기득권 1%가 아닌 99%의 민중에게 희망의 회오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엄숙하게 새 해를 맞자. 잔잔한 물결도 때론 거센 파도가 되어 배를 전복시킬 수 있음을 또 경고하자.

<문화칼럼, 地山 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