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수능」이 다가왔다. 바로 11월 10일 목요일이다.

기상청의 예보로는 그 어느 해보다 포근한 날씨가 될 것으로 예상은 하지만 결코 학부모의 마음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수은주의 날씨와 상관없이 수험생과 또 모든 국민이 긴장한 탓에 몸으로 느끼는 체감기온은 무척 쌀쌀할 것임에 틀림없다. 보시라 거짓말인지?

날씨는 하늘의 바람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의 마음이 따스하고 포근하면 아무리 싸늘한 삭풍이 불어도 따뜻하고, 비록 따스한 봄이라도 시중 경기가 바닥세를 치닫고 있거나 정부의 소통부재와 억압으로 숨을 쉴 수 없거나 또는 대기업이 모든 경제를 독점하고 돈벌이에만 열을 올린다면 국민들의 몸과 마음은 싸늘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인심(人心)이 흉흉하고 싸늘하다고 말한다. 또 삶에 여유가 없고 팍팍하다고 말한다.

요즘 사람들의 마음이 딱 이렇다. 마음이 싸늘하고 삶에 여유가 없으며 또 가슴이 팍팍하고 너도나도 모두 몸을 사린다. 더 많이 가진 나라는 더 가지려하고 기득권자는 더 많은 것을 누리려한다. 한미 FTA가 그러하고 대기업의 독점이 그러하고 최근 몰락하는 세계의 독재자들이 그러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큰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월가의 점령’도 이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며 또 최근 국내에서 강한 회오리바람을 몰고 온 ‘나꼼수’도 그러하리라.

이러한 불균형(不均衡)은 왜 발생하며 또 인간의 욕망(慾望)은 왜 끝이 없는 걸까?

사람의 얼굴이 모두 다르듯이 우리 모두 제각각 타고난 체질(體質)이 다르고 또 성격(性格)이 다르고 관심분야(關心分野)가 다르다. 일찍이 이제마(李濟馬) 선생은 사람마다 장부(臟部)의 크기와 기능이 각각 달라 사람마차 체질이 각각 다르니 이 체질을 잘 다스려야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됨을 역설했다. 그래서 같은 병(病)이라 하더라도 체질이 다르니 체질에 맞게 약을 처방해야 한다는 이론이 바로 사상의학(四象醫學)이다. ‘체질(體質)이란 특정 장부(臟部)가 강하거나 또는 특정 오행(五行)이 편중되어 그 편중된 현상이 밖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 몸도 각각 체질(體質)이 다르듯이 우리 인간의 삶에도 각각 체질이 있다. 『이 삶의 체질이 인간의 행동(行動)과 성격(性格) 그리고 삶의 방향(方向)을 결정한다.』 목화토금수의 다섯 가지 오행(五行)에 따른 기본적인 체질을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즉 우리 모두는 기본적으로 오행(五行)에 따른 위 다섯 가지의 체질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 다섯 가지가 서로 균형을 이루어서 강약의 차이가 거의 없어 이 체질을 구별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어떤 이는 인간적인 삶을 매우 높은 가치로 여겨 정(情)과 의리(義理)를 매우 소중히 생각하고 자신의 존재가치인 자아(自我)와 높은 이상(理想)을 추구하기도 하며(④ 자아-휴머니즘과 이상주의 체질),

또 어떤 이는 자유롭고 새로운 환경에서 가진 재능(才能)과 끼를 마음껏 발산하기를 원한다(⑤모험과 발산의 체질).

그리고 어떤 이는 물질적(物質的)인 풍요로움과 재물(財物)을 축적하고자 하는 욕심이 많고 이를 통해 쾌락(快樂)과 즐거움을 추구하고자 하며(①재물과 쾌락의 체질),

어떤 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權力)을 통해서 출세(出世)와 명예(名譽)를 얻고자 노력하는 이도 있다(②출세와 명예의 체질).

그리고 마지막의 인간은 학문과 배움을 가까이 하고 늘 주어진 도리(道理)를 다하고자 하며 안정(安定)과 평화로움을 통해 참다운 윤리(倫理)를 실천하고자 한다(③윤리와 도덕의 체질).

그런데 이 다섯의 체질에 따른 욕망(慾望)은 서로 화살표의 방향에 따라 양립할 수 없는 대립(對立)하는 반대의 구도로 이루어져 있다. 오행(五行)의 관점으로 보면 이들 화살표는 서로 상극(相剋)의 관계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사업가가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것은 이윤추구(利潤追求)인데, 이 욕망을 대변하는 체질은 「①번-재물과 쾌락의 체질」이다. 이 체질과 상반되는 체질은 사람다운 도리(道理)를 다하고 도덕(道德)의 윤리(倫理)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성직자 또는 학자가 추구하는 「③번-윤리와 도덕의 체질」이다.

돈과 결과에만 관심을 갖는 ‘사업가’가 추구하는 체질을 예로 들어 물에 해당하는 ‘수(水)’의 오행이라면, 이성과 양심을 높은 가치로 여기는 ‘학자’가 추구하는 체질은 불에 해당하는 ‘화(火)’의 오행이다. 그래서 ‘①사업가’와 ‘③학자’의 가치는 물과 불처럼 서로 근본에서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물은 그 차가움을 불의 도움으로 따스하게 할 수 있고 또 불은 물이 있어야 함부로 타서 금방 없어지지 않고 오래도록 그 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도움을 주고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그 근본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상극(相剋)의 관계인 점에는 변화가 없다.
※(체질과 오행의 연결은 태어난 사주를 기준으로, ④번인‘자아’에 해당하는 오행의 기준에 따라 각각 달라질 수 있다. 위의 예시는 ④를 토(土)로 설정한 예이다. 만약 ④의 오행을 화(火)로 설정한다면, ①-③은 물과 불이 아닌, 쇠와 나무인 금(金)과 목(木)으로 바뀐다. 역시 금목(金木)도 상극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국가도 어쩌면 기업이고 대통령은 또 한 나라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사업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국회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FTA는 이런 점에서 철저하게 ‘장사속’이다. 즉 미국과 한국의 장사에서 누가 더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인가를 놓고 다투는 싸움이다. 그리고 장사에서는 한 집단이 많은 이익을 내면 또 다른 집단은 그 만큼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이것이 도박에서와 같은 게임의 법칙 즉 ‘제로섬(zero-sum)게임’이다. 여기에는 나라 대 나라의 도덕(道德)이나 고귀한 가치(價値) 그리고 인간다운 윤리(倫理)는 전혀 없다. 누가 따느냐 잃느냐만 있을 뿐이다.

대기업의 편법적인 상속 그리고 동네를 점령한 대형마트의 횡포, BBK와 같이 주가조작을 통한 부당 이득, 종편 설립과 언론의 통제를 통한 권력의 영속화, 금융기관의 자기들 돈잔치, 지식인의 정보 독점 등이 모두 『편중된 욕망』이 빚어낸 부조화의 현상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강자의 속성과 구도는 모두 이와 같다. 이 거대한 돈의 욕망, 쾌락의 즐거움을 누르는 것은 인간의 냉철한 이성(理性)과 도덕(道德)이 지켜야 한다. 이것이 결국에는 감각적이고 물질적인 허망한 가치에서 인간다운 삶의 행복(幸福)을 지켜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권좌에 오르면 모든 것을 쥐고자 하는 권력의 욕망도 이와 하등 다를 바 없다. ②번에 해당하는 출세의 욕망인 권력의 체질도 ④번에 해당하는 인간이 가진 삶의 가치로서 평가해야 한다.

대의정치를 표방하는 민주주의 제도에서는 양심에 근거한 「표」와 「투표」그리고 「선거」가 바로 장사꾼과 정치꾼을 견제하는 최소한의 수단일 수 있다. 인류 공통의 보편적(普遍的)인 상식(常識)에 근거한 의사표현이 ‘표’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번 『수능』도 경쟁을 통해 한 개인이 나아가고자 하는 욕심과 권력의 목표를 지향하는 한 과정일 수 있다. 그렇지만 냉철한 이성(理性)과 따뜻한 인간애(人間愛)를 함께 배우고 익힌다면 삶에 여유가 없거나 또 팍팍한 삶만은 결코 아닐 것이리라. 이런 점에서 대학의 인문학(人文學) 분야에 많은 지원자가 도전하기를 또 기대해 본다. ‘장사꾼과 권력에 눈먼 자들에게서는 결코 도덕이나 윤리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칼럼, 地山 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