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년(乙酉年)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12간지 중에서 오직 닭만이 날짐승인 조류에 속합니다. 즉 하늘을 향해 날아다니는 희망의 새이며 우리 역사와도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박혁거세와 김알지의 건국설화에도 닭이 등장하여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동물입니다. 그리고 닭은 예로부터 다섯 가지의 오덕(五德)을 지녔다고 하여 집에서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 왔습니다.

이 다섯 가지의 덕이란 문(文), 무(武), 용(勇), 인(仁), 신(信)으로서
머리에는 벼슬인 관을 쓰고 있으니 이는 문(文)이고,
발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어 용감하게 싸우니 이는 무(武)요,
적과 싸워 결코 죽음을 다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으니 이는 용맹스러운 용(勇)이며,
먹이를 보면 혼자 먹지 아니하고 꼬꼬 하면서 무리를 부르니 이는 어진 인(仁)이며,
밤을 지키면서 때에 맞추어 새벽을 알려니 이를 믿음인 신(信)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민간에서는 나쁜 잡귀(雜鬼)를 몰아내고 액(厄)을 물리치는 상징으로 여겼으며 무서운 호랑이도 닭이 울면 민가에 내려와 가죽을 해치지 아니하고 물러간다 하였습니다. 이는 동지의 팥죽이나 부적(符籍)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서 모든 잡귀는 밝음이 아닌 어둠을 좋아하는 까닭에 새벽의 밝은 양기(陽氣)를 알리는 닭을 무서워했던 것입니다.

학문(學問)이나 벼슬에 뜻을 둔 선비들은 이 닭을 좋아하여 집안에 닭 그림을 걸어 두곤 하였는데 이는 닭의 벼슬이 관(冠)을 쓰고 있어 부귀(富貴)와 명예(名譽)를 상징하였기 때문입니다. 2005년 올해 승진이나 진학을 바라는 분이 있으면 이 닭의 도움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닭은 소와 친하게 지내는 까닭에 올해는 닭띠와 소띠의 궁합(宮合)이 좋고, 토끼띠는 닭과 서로 상극이 되니 너무 서두르지 말고 알찬 준비를 하여야 하겠습니다.

닭을 뜻하는 유(酉)는 쇠에 해당하는 금(金)의 오행으로 잘 발효된 술단지(酒)를 의미하는데 완성과 결실의 의미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2004년 갑신년(甲申年)에 이어 2005년 을유년(乙酉年)은 그 동안의 갈등과 변화의 과정이 결실을 맺고 새로운 희망의 전환기를 맞이하는 해가 될 것입니다.

아무리 고달파도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에 하루 일을 시작하는 농부(農夫)의 마음으로 새로운 올 한해를 준비하길 빕니다. 그리하여 이 어둠을 뚫고 백마(白馬)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를 수 있기를(이육사의 광야...) 우리 모두 기원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