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

여전히 무덥고 밤잠을 자기도 힘든 한여름이지만 벌써 절기(節氣)는 가을로 접어들었다.

입추(立秋)는 24절기(節氣)의 열 세 번째이며, 음력(陰曆)으로는 7월의 절입일(節入日)이다. 양력(陽曆)으로는 8월 8,9일 경이며, 대서(大暑)의 15일 후인데 태양의 황경(黃經)이 135도인 날이다. 대서(大暑)와 처서(處暑) 사이에 있으며, 가을(秋)로 들어서는 길목이다.

그리고 음력 7월의 절입일인 입추(立秋)부터 10월의 절입일인 입동(立冬) 전까지의 석 달을 가을로 한다. 바야흐로 이제 가을로 접어든 셈이다.

여름의 토용(土用)막이도 입추 전날까지로서 입춘이 되면 아침저녁의 바람은 가을 소식을 알려준다. 옛날 사람들은 입추 15일간을 5일씩 3후(候)로 갈라서, 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② 이슬이 진하게 내리며, ③ 쓰르라미가 운다고 표현하였다.

입추(立秋)에 행해지는 행사에는 다름과 같은 것들이 있다.

기청제(祈晴祭) - 벼가 한창 익어가는 계절인데 입추가 지나서 비가 닷새 동안만 계속돼도 옛 조정이나 각 고을에서는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던 것이다. 성문제(城門祭)또는 천상제(川上祭)라는 이름도 바로 기청제를 두고 한 말이다.
춘추번로(春秋繁露)라는 중국 옛 문헌에 이 기청제(祈晴祭)를 영(榮)이라 하고, 제를 지내는 방법을 상세히 적고 있다. 성안으로 통하는 수로(水路)를 막고 성안의 모든 샘물을 덮게 한다. 그리고 제를 지내는 동안은 모든 성안사람은 물을 써서는 안 되고 또 소변을 보아서도 안 된다. 비를 유감(類感)하는 일체의 행위는 금지된다. 심지어 방사(房事)까지도 비를 유감한다 해서 기청제 지내는 전야에는 부부가 각방을 써야 했다. 그리고 양방(陽方)인 남문(南門)을 열고 음방(陰方)인 북문은 닫는다. 이날 음(陰)인 부녀자의 시장 나들이는 일체 금한다. 제장(祭場)에는 양색(陽色)인 붉은 깃발을 휘날리고 제주(祭主)도 붉은 옷차림이어야 했다. 양(陽)의 기운인 남방(南方), 적색(赤色)을 드리우면서 태양(太陽)의 볕을 갈망했었다.

지난 봄에는 전국이 가뭄에 들어 기우제(祈雨祭)로 온 나라가 갈망하였는데, 이제는 잦은 비와 작열하는 더위로 시원한 가을을 갈구하니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기 그지 없는 듯하다.

여전히 더위는 계속되지만 벌써 절기(節氣)는 가을(秋로) 향하니 시절(時節)의 빠름을 새삼 느끼는 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