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인 10일 밤, 우리 나라 전역에서 월식(月蝕)현상을 볼 수 있었다.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서 밤하늘을 환하게 밝혀야 할 달이 어둡게 보이는 것이 월식(개기월식)인데, 다가오는 개기월식(皆旣月蝕)은 2018년에야 다시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민족에게 있어 하늘의 태양과 달 그리고 별은 과연 무엇일까? 왜 고대인들은 이 천문현상에 대해 그토록 많은 의미를 부여했을까?

밤하늘을 밝히는 둥근 달은 우리의 소원을 빌어주는 대상이다. 그런데 이 달이 갑자기 좀이 파먹듯이 이지러지고 또 어두워지는 현상이 생기면 이는 큰 변고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렇게 월식이 일어나면 이는 분명 군주의 덕(德)이 부족해서 하늘이 노하는 현상으로 여겼다. 이러한 가치관은 우리 머리를 떠받치고 있는 하늘과 그 하늘 아래에 살고 있는 인간이 깊은 연관이 있다고 믿었으며 생명의 탄생은 하늘의 별과 달의 정기를 받아 태어난다고 믿었다. 조선의 건국과 함께 태조 4년(1395년)에 하늘의 별자리를 돌에 새긴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地圖, 국보228호)도 조선 건국의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을 것이다.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달을 보며 농사를 짓고 또 달의 기울과 찬 모습을 통해서 날짜를 기록해왔다. 지금도 어른들께서는 양력(陽曆)보다는 달의 운행에 기초한 음력(陰曆)에 더 익숙하고 또 모든 집안의 대소사를 음력으로 외고 계신다. 제삿날이 언제이고 또 누구누구 생일이 언제이다라고 할 때 모두 음력이 기준이다. 그리고 우리의 여러 세시풍속도 모두 음력기준이다. 설날이 그러하고 추석이 그러하며 단오와 칠석이 그러하다.

왜 음력이 기준이 되었을까?
오랜 옛날에는 지금과 같이 달력(역법)이 일반화되지 않았었다. 이 달력은 오직 임금만이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었는데, 하늘의 태양과 달과 별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임금이기에 임금 이외에는 그 어느 누구도 함부로 역법(달력)을 만들 수도 또 활용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민중에서는 하루하루의 날짜변화를 알 수 있는 것이라곤 밤하늘의 『달』밖에 없었다. 한낮의 태양은 언제가 둥근 모양이기에 날짜의 변화를 알 수 없었는데, 달의 모양은 매일매일 조금씩 변해서 깜깜한 그믐이 되었다가 눈썹모양의 초승달이 되고 또 보름달이 되어 다시 그믐이 되기를 반복하여 「한 달」이 된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일년과 달이 12번 보름달이 되었다가 그믐이 되는 12달의 일년은 오차가 생긴다. 즉 태양을 기준으로 한 양력의 일년은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365일이다.(365.25일) 그런데 음력의 한달은 큰 달이 30일이고 작은 달은 29일로서 달의 일년(12번의 보름과 그믐)은 태양의 일년(365일)보다 작은 354일(354.37일)로서 태양의 일년과 달의 일년에는 오차가 생긴다. 즉 태양을 기준으로 한 양력(陽曆)의 일년은 365.25일인데, 달을 기준으로 한 음력(陰曆)의 일년은 364.37일로서 양력과 음력간에는 무려 10.88일 즉 「일년에 약 11일의 오차가 생긴다.」 일년에 11일의 차이가 생기므로 3년쯤이면 무려 33일이나 차이가 생겨 거의 한달의 오차가 생기는 셈이다.

아무리 음력이라도 이렇게 너무 많은 오차가 생기면 이를 달력(음력)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2년이나 3년에 한번씩 이 오차를 줄이기 위해 부족한 음력을 한달 더 넣어 13번의 음력을 만들게 되는데 이렇게 한번 더 넣어 13달로 만드는 달이 바로 「윤달(閏달)」이다.

그러니까 윤달은 여분의 달인 셈이다. 그래서 옛 부터 이 윤달은 「여분의 달」, 「남는 달」, 「썩은 달」, 「하늘과 땅의 신(神)이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쉬는 달」로 여겼다. 그래서 이 윤달에는 산소를 손보거나 또는 부모님의 수의를 준비하면 장수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반대로 이 윤달에는 결혼이나 임신 출산, 개업, 이사, 창업 등을 꺼렸는데 이는 필요 없는 여분의 달로서 좋은 기운이 들어있지 않는 달로 여겼기 때문이다.

내년 2012년 임진(壬辰)년에는 윤달이 들어 있다. 즉 음력 3월이 끝나고 음력 4월에 되기 전에 또 한번의 음력 3월(윤3월)이 들어 있다. 양력으로는 4월 21일(토)에서 5월 20일(일)까지 한달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시기가 바로 5월의 신부를 만들어내는 결혼시즌이라는 거다.

벌써부터 내년인 2012년 임진(壬辰)년은 ‘흑룡의 해’이기에 자녀를 출산하면 용(龍)과 같은 씩씩하고 훌륭한 자녀를 얻을 수 있다든지 또는 윤달에 수의를 준비하라는 마케팅으로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내년 봄에 결혼을 계획하는 예비 신랑신부는 또 애를 태운다. 윤달이 4월과 5월에 들어 있기에 이를 피해 3월과 6월에 결혼을 해야 하는데 장소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 더 힘들기 때문이다.

그 아득한 옛날부터 밤마다 달에서 방아를 찧고 있다는 토끼는 여전히 오늘도 방아를 찧고 있을까? 옥토끼가 찧고 있다는 불멸의 선약(仙藥)은 또 무엇일까? 밤하늘의 모든 별들이 그대로 이 지구상에 똑같이 내려와 있다면 내 별은 무엇이며 나는 또 어떤 별의 정기를 타고났을까?

1969년 닐 암스트롱(Neil Alden Armstrong)을 태운 아폴로11호는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계수나무 아래 토끼는 없었다. 그런데 21세기 지금도 밤하늘의 별과 달을 보며 또 인류의 운명(運命)을 점치는 점성가도 있다. 심지어 지난 월드컵에서 축구 경기의 우승을 정확하게 맞춘 점쟁이 문어(파울)도 있었다.

다가오는 내년 2012년 임진(壬辰)년 용의 해 윤달에 결혼을 하면 정말 안 되는 걸까? 아무도 결혼식을 하지 않는 윤달이라면 결혼식장 비용도 저렴할텐데.....윤달과 결혼, 참 애매하다.


※참고로 내년 19대 총선은 4월 11일(수)로서, 다행히도 윤달을 피했다. ‘썩은 달’ 윤달은 아니니 썩은 정치는 이제 막을 내릴듯하다. 기쁘다. ㅋㅋㅋ

<문화칼럼, 地山 識>